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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나루칼럼)[이종무 칼럼} 재벌집 막내아들의 슈퍼 파워

뉴스동포나루 | 기사입력 2023/02/22 [23:15]

(동포나루칼럼)[이종무 칼럼} 재벌집 막내아들의 슈퍼 파워

뉴스동포나루 | 입력 : 2023/02/22 [23:15]

[뉴스동포나루 동포나루칼럼] 재벌집 막내아들의 슈퍼 파워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화제였다.

네이버 웹소설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인데, 드라마 제작사 ‘래몽래인’에서 판권을 계약해 드라마로 만들어 히트를 쳤다. 소설도 재미있게 봤는데 드라마는 더 재미있었다. 

 

재벌 회장역을 연기한 이성민은 재벌 회장 진양철의 카리스마와 탐욕을 감칠 맛나게 블랜딩해서 보여준다. 선악이 뒤섞인 캐릭터로 매력과 혐오감을 동시에 보여주기 때문에 생동하는 현실감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 회장의 고명딸 진화영을 연기한 김신록의 연기도 발군이다.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연극계에 뛰어들었다는 특이한 경력을 어필할 필요가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역시, 매혹과 멸시의 양가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복합적 캐릭터가 주는 생동감이 탁월했다.

 

이 배우가 러시아 연극연출가인 스타니슬라브스키에서 피터 브룩으로 이어지는 심리신체적 연기(psychophysical acting)의 충실한 수행자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심리신체적 연기라는 연기 이론의 배후에 있는 ‘심신일원론’은 마음과 몸이 둘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마음과 몸을 철저히 구분했던 전통적인 사고 방식에 반대하는 새로운 이론인데, 현대 생물학, 신경과학, 뇌과학의 성과에 의하여 지지되는 현대 철학의 중심 흐름에 있는 이론이다.

 

영혼이 있어 죽으면 천국이나 지옥에 갈 것이라는 믿음이 심신이원론에 근거한 것이라면, 마음은 뇌가 중심이 된 몸이 만들어 낸 현상이라고 생각하는 주장이 심신일원론이다. 이 두 주장의 간격은 매우 넓고,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 두 주장의 어떤 한 쪽을 믿고 살면서도 철학 이론 얘기에는 골치 아프다고 외면하고 있다. MZ 세대의 주류는 심신일원론을 믿으며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종교를 신실하게 믿는 사람들이나 중장년층은 그래도 심신이원론에 경도된 것으로 보인다. 세대 갈등의 한 원인이기도 하다.

 

제목은 그럴 듯하게 뽑아 놓고서 철학 이론을 강의하자는 것은 아니었는데, 쓰다 보니 샛길로 빠졌다.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드라마로 돌아가보자. 

이 드라마의 원작 소설은 소위 ‘회귀물’이다. 회귀, 빙의, 환생을 뜻하는 ‘회빙환’은 어느 순간 웹소설의 주류 소재로 떠올랐고, 가라앉을 줄을 모른다. 독자들에게 재미와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다. 무협지나 판타지, 로맨스 같은 장르 소설은 독자들에게 즉각적이고 신체적인 만족감을 줘야 성공할 수 있다. 고민 없이 읽을 수 있어야 하고, 읽는 순간 통쾌하거나 즉각적으로 감정을 자극해야 한다. 독자들은 즉시 감정이입을 해서 주인공의 시각에서 이야기에 몰입한다. 이야기 혹은 내러티브는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고 해석하는 대표적인 방식이기에 이야기를 통해 감정이입을 하게 되면 강력하게 몰입하게 될 수밖에 없게 된다.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연애 감정도 느끼고, 복수의 통쾌함이나 성공의 기쁨, 위기의 아슬아슬함까지 현실에서 느낄 수 없었던 다채로운 감정을 맛보게 된다. 그래서 이런 장르물에 중독되기 쉽고, 나도 몇 십년 간 무협물의 광팬이기도 했다.

 

동양의 대표 장르물이 무협이라면 서양의 장르물은 영웅 판타지라고 할 수 있다. 마블 픽처스로 대표되는 영웅 판타지에 대하여 지금의 MZ 세대는 내 세대의 무협물보다 더 친숙하다. 아이언맨, 캡틴아메리카와 같은 마블 영웅들은 곽정, 장무기를 대체한 지 오래다.

 

이런 슈퍼 히어로들은 공통점이 있다. 고난을 겪지만 일반인은 바랄 수 없는 초인간적 능력을 발휘하여 고난을 이겨낸다. 장르물의 애호가들은 주인공들이 초능력을 얻는 과정에 매료된다. 마치 자신이 그런 능력을 얻는 것처럼 느낀다. 그야말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장르물의 공식은 주인공이 다른 장르물과 차별화되는 초능력을 얻게 하고 그 능력을 발휘하여 성공을 거두는 과정을 개연성 있게 제시함으로써 이야기에 몰입하면서 대리만족을 얻게 하는 것이다.

 

‘재벌집 막내아들’도 장르 소설이다. 문피아라는 장르물 전문 사이트에서 한 동안 1위를 독차지한 작품이었다. 이 소설도 장르물답게 주인공이 초능력을 갖고 활약하는 모습이 독자들로 하여금 짜릿한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준다. 주인공 진도준의 초능력은 무엇일까?

 

그건 회빙환 장르물에 공통적인 능력인데, 바로 미래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력의 우위가 초능력의 정체라는 말인데 이 능력이 슈퍼맨이나 아이언맨의 초능력에 못하지 않다.

 

진도준의 경우를 보자.

인생을 한 번 살아보고 과거로 회귀하였으니 세상, 특히 경제 분야에 어떤 일들이 생길지 다 아는 상태로 투자 등의 경제 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

 

초등학생일 때 재벌 할아버지를 졸라 목장 땅을 선물을 받는데, 이 땅이 분당 신도시가 된다. 분당이 개발되면서 땅값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수십 배 차익을 내고 땅을 매각한다. 이 돈으로 미국회사 중에서 수십 배가 오르는 델 컴퓨터 주식을 매수한다. IMF 사태가 올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달러 품귀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이용하여 거액을 벌고, 미국 911 테러를 이용하여 옵션으로 단기간에 또 막대한 돈을 번다. 구글이 일개 스타트업일 때 접근해서 구글의 3대 주주가 되는 등의 방법으로 재벌 할아버지를 능가하는 국내, 어쩌면 세계 최대의 부자가 된다. 정보력의 우위가 얼마나 대단한 초능력인지 짜릿하게 알려준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이런 초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한다. 블룸버그 통신을 통하여 최근 경제 정보와 통계를 접하고 최첨단 AI와 수학적 모델링을 이용하여 주가의 흐름을 일반인보다 훨씬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그들이다.

 

짐 사이먼스의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와 같은 사모펀드들이나 제이피모건, 골드만삭스와 같은 투자 은행들은 일반인들보다 높은 정보력으로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정보 격차 또는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는 이제 판타지의 영역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

 

이대로 글을 마감하면 정보력이 부족한 개미 투자자의 서글픈 푸념에 지나지 않을 수 있으니 얘기를 한 번 더 꼬아보자.

 

초능력에 가까운 정보 우위를 누리고 있는 기관 투자자들도 사실은 투자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확실한 정보라고 하더라도 마지막 1%의 불확실성을 배제할 수 없고 그래서 그들도 투자에 실패하곤 한다. 2008년 금융위기는 그런 실패가 누적되어 경제 위기로까지 발전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불확실한 세상에서 불안하게 사는 존재이다. 불확실성은 우리존재의 근본 조건이다. 트리플 A라는 완전한 확실성의 추구는 위험한 모험으로 이어지고, 금융위기와 같은 파국으로 치닫게 만든다. 세상이 뻔하고 알아야 할 것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은 대부분 즉시 비참한 대가를 받는다.

 

‘겸’손이 얼마나 큰 지혜인지...

(우리는) 항상 기억해야 한다.

 

 

메인사진

▲사진 이종무칼럼니스트(Columnist) 

(현)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문자 중독자, 재야 철학자,

뉴스동포나루 칼럼 1호 칼럼니스트-「이종무칼럼」기고  

 

※ 칼럼니스트(Columnist): 이종무 - 현)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문자 중독자, 재야 철학자, 뉴스동포나루 칼럼 1호 칼럼니스트 「이종무 칼럼」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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