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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나루칼럼)[이종무칼럼] 어느 결혼식 축사

뉴스동포나루 | 기사입력 2023/01/09 [15:37]

(동포나루칼럼)[이종무칼럼] 어느 결혼식 축사

뉴스동포나루 | 입력 : 2023/01/09 [15:37]

 

[뉴스동포나루 동포나루칼럼] 어느 결혼식 축사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이 사실은 보편적일 수 있다.

‘보편’과 ‘특수’는 전통 철학에서 중요한 주제 중의 하나였지만, 현대 철학에서는 보편에 대한 회의로 인해 이제는 철학사에서나 언급되는 주제가 됐다. 우리 인생은 크게 보면 비슷하고, 자세하게 보면 다르다.

비슷한 점을 추상화하여 보편적 법칙을 찾으려는 노력의 허망함과 결과의 잔인함에 대하여 이제 우리는 많은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다른 사례를 참고하여 우리 자신의 길을 찾으려 한다.

 

나는 2022년 12월 23일 금요일, 큰 아들을 결혼시켰다. 요새 결혼식 유행은 주례 없이 진행하면서 양가 부모가 축사를 하는 것이라 해서 신랑측 대표로 아버지인 내가 축사를 하게 됐다. 축사를 준비하면서 미사여구보다는 진정성을 담고 싶었다.

아래 내용이 그 축사이다.

 

“신랑의 아버지로서 하객들 앞에서 인사 드립니다.

 

먼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강추위를 뚫고 오신 하객들께 정말로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사돈 내외께 특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사돈인 신부 아버님은 제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배입니다. 너무나 예쁘고 훌륭하게 키운 딸을 여러 모로 부족한 제 큰아들과 결혼할 수 있게 허락하여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감사는 겉치레로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100% 진심에서 우러난 진짜 감사입니다.

 

저는 최고의 아내를 만났다고 자부하면서 떠들고 다니는 팔불출로 유명합니다. 아내 자랑은 제 아버님을 보고 배운 일인데 사는 데 아주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오늘 결혼하는 제 큰아들도 저처럼 아내를 자랑하고 다니는 팔불출이 되리라 믿습니다. 가문의 내력이니까요. 제 큰아들이 신부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저보다 더한 것 같은데, 그 모습을 보셔도 탓하지 마시고 눈감아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1984년 대학교 1학년 때 아내를 만났으니 38년이 넘었네요. 그 동안 아내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아내의 헌신으로 저희 부모님과 저, 오늘의 신랑을 비롯한 세 아들들이 얼마나 따뜻하고 사랑이 깃든 보살핌을 받았는지 말로 다 하기 어렵습니다. 제 인생은 굴곡이 심했는데, 성공하고 잘 나갈 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느끼지 못했다가, 힘들고 어려워지자 그때서야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서 지켜주고 보살펴주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서로 돕고 보살피면서 힘든 일들을 이겨나가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를 알게 됐습니다.

 

오늘 결혼하는 두 사람에게 고난과 시련이 없기를 바라기 보다는 고난과 시련이 다가왔을 때 서로 돕고 보살펴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더 사랑하고 그 사랑을 통하여 더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저는 제 부모님이 그렇게 살아오신 것을 보았고, 저와 제 아내도 그 가르침을 받아서인지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서로를 더 사랑하고 보살피다 보면 더 좋은 사람으로 성숙해 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부족하고 불완전한 사람들이고, 가까울수록 부족한 점이 더 크게 보입니다. 사랑이 있으면 상대방의 부족한 점을 탓하지 않고 자신이 메꿔주려 노력하게 됩니다. 그게 사랑이 하는 일입니다. 두 사람이 이런 사랑을 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당부를 하고 싶은 말은 행복하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행복은 공짜 점심이 아닙니다.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두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고 그 대가를 정당하게 치르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아름답고 좋은 가정을 만들고 아름답고 좋은 사람들이 되기를 바라며 저와 아내가 늙어가면서 그 덕을 보기를 바랍니다.”

 

38년의 부부생활을 하면서 내가 참 부족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았고, 나와 비슷한 아들이 결혼하면 내가 저지를 실수를 반복할 게 분명하여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이런 축사를 한 것 같다. 축사에서 말한 대로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대방의 부족한 점을 발견하기 쉽고, 이를 탓하고 비난하기는 더 쉽다. 어려운 일은 상대방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다. 

 

사랑은 어려운 일을 겪을 때 힘이 된다. 각 개인이 아니라 한 가정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이렇게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랑의 힘이 있어야 그 가정이 잘 될 수 있다. 가정이 아니라 국가의 차원으로 관점을 바꾸면 또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방 정당의 부족한 점을 탓하고 비난하기는 쉽지만 부족한 점에 대한 건설적인 대안을 마련하여 단점을 보완하도록 이끄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런 어려운 일을 잘 해내야 그 국가가 잘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어려운 일을 해내는 정당을 존중하고 지지한다면 국가에도 좋을 것이다. 이토록 혼탁하고 저질스런 지금의 정치 풍토에 조금이나마 개선되지 않을까 하며 가벼운 생각을 올려 본다.

 

메인사진

▲사진 이종무칼럼니스트(Columnist) 

(현)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문자 중독자, 재야 철학자,

뉴스동포나루 칼럼 1호 칼럼니스트-「이종무칼럼」기고  

 

※ 칼럼니스트(Columnist): 이종무 - 현)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문자 중독자, 재야 철학자, 뉴스동포나루 칼럼 1호 칼럼니스트 「이종무 칼럼」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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