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동포나루 동포나루칼럼] 「이종무 칼럼」
윤여정에 대하여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 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나리라는 영화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여배우니까. 윤영미에 대하여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을 거다. 이름이 워낙 평범하고 경력도 그리 대단해 보이지는 않으니까.
아나운서인 윤영미는 최근에 영미투어로 이름을 날렸다. 윤영미는 전 SBS 아나운서로 국내 최초 지하철 여자 아나운서, 국내 최초 프로야구 여자 캐스터로 알려진 베테랑 방송인이다. 현재는 여행 큐레이터를 하면서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영미 투어’라는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살짝 유명해졌다. 그녀는 현재 제주도에서 제주 전통 가옥을 빌려 개조한 후 ‘무모한 집’이라고 이름 짓고 살고 있다. 그녀의 삶은 지금 살고 있는 집처럼 무모해 보일 수 있다. 재벌 집 며느리감으로 가장 인기있는 직업이 여자 아나운서인 시절에 기독교 출판사 말단 사원과 결혼한 것도, 고등학생일 때 지하철을 찾아가 아나운서가 된 것도, 모아놓은 돈이 없어도 두 아들을 외국 유학 보내고 유학 경비 벌려고 홈쇼핑 게스트 등 불러주는 곳에는 다 나가서 억척을 부린 것도 모두 다 무모한 일이었다.
윤여정도 무모하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잘나가는 주연급 여배우가 결혼하자마자 은퇴하고 미국으로 간 것도, 이혼한 다음 두 아들을 홀로 키우기 위해 과거의 화려한 경력과 명성을 뒤로 하고 체면도 배역도 따지지 않고 불러주는 곳에는 다 출연한 것도 무모하다. 어느덧 전설적인 여배우로 위상을 굳힌 다음에도 감독이 착한 사람이면 돈 안되는 작품이라도 출연해주는 봉변을 자청해서 당해주는 것도 그녀의 무모한 일이다.
그런데 이 무모한 두 윤씨들은 날이 갈수록 멋져진다. 40대 이후의 여자들은 진작부터 이들에게 잔잔한 열광을 바쳤는데 이제는 그 팬덤이 젊은 사람들에게까지 전염되는 느낌이다. 이들이 멋져지는 이유는 세계적인 상을 타거나 이름을 딴 여행 프로그램이 인기있어져서뿐만이 아니다. 왜 이렇게 멋있어지는 걸까? 육체적 매력이 쇠퇴하고 난 이후에 어떤 광채가 그들에게 드리우는 걸까?
그녀들에게는 상식, 끈기, 낙관주의, 인간에 대한 존중과 의리가 있다. 무모하지만 허황되지는 않다. 탁월한 현실감각으로 무장했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일을 가리지 않고 들어오는 대로 했다고 말한다. 이게 현실감각이 탁월하다는 이유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 일이나 한 것은 아니다. 자기 분야에서 스스로 납득하는 일들을 한 것이고 그 일을 하는 방식과 태도에 있어서 허투로 타협하지 않았다. 기왕에 하려면 잘 하려고 했고 실제로 잘 했다. 어깨에 힘들어 가지 않았기에 자연스럽게 연기와 아나운서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러는 가운데 자신도 모르게 인간으로서나 직업인으로서 성장했다. 성장은 멈출지 모른다. 성장이 멈추었다면 그 이후 성숙했다. 잘난 체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는 내용들이 심금을 울리고 공명하는 가운데 팬들이 몰려들었다. 이런 사람이 멋지지 않으면 어떤 사람이 멋지겠는가?
이런 삶을 주인으로서의 삶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선택을 충실히 지켜나가고 그 길에서 성장하고 성숙하는 사람은 가치있는 삶을 산 것이다. 이 세상에서 최고의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하여 각자 생각하는 게 다 다르다. 각자에게 소중한 것이 다르다. 누구에게는 그것이 명성일 수도 있고, 돈일 수도 있으며 명예 또는 성취나 업적일 수도 있다. 가족일 수도 있고 사랑일 수도 있다. 어떤 가치가 최고의 가치인지 정하는 사람은 그 자신이다. 포스트모던의 세상에서 우리는 절대적 가치를 강요하는 진리의 추구자들로부터 해방되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가치를 스스로 정하는 선택을 감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 어려운 일은 자신의 선택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다. 그럴 때 우리의 삶은 비로소 가치 있어진다. 가치라는 것은 선택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선택을 이행하는 데서 발생한다.
윤여정과 윤영미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아들들로 보이고 본인들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 그들에게 진정 중요하고 아름다운 것은 자신에게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들이고 그 실천들을 통하여 만들어간 자신의 떳떳하고 당당한 모습이다. 자신을 위하여 살지 않고 소중한 사람들을 위하여 살았더니 그 결과 빛나는 사람이 되어 있더라는 행복한 아이러니를 그들의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기에 그들의 얘기를 하고 그 삶을 감상하면서 기분 좋아지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응원한다. 그들이 해온 일과 앞으로 해갈 일들을 응원한다. 그리고 또 응원한다. 이 글을 읽고 자신의 삶도 그들과 닮아있음을 발견하고 용기와 자신감을 얻을 당신을 응원한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길을 찾은 것 같은 나 자신을 응원한다.
▲사진 이종무칼럼니스트(Columnist) (현)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문자 중독자, 재야 철학자, 뉴스동포나루 칼럼 1호 칼럼니스트-「이종무칼럼」기고
※ 칼럼니스트(Columnist): 이종무 - 현)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문자 중독자, 재야 철학자, 뉴스동포나루 칼럼 1호 칼럼니스트 「이종무 칼럼」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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